위에 민쥔 – 웃음으로 드러낸 부조리와 집단적 기억
위에 민쥔(Yue Minjun, 1962~ )은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시니컬 리얼리즘(Cynical Realism)’의 상징이다. 그는 특유의 광대하게 웃는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화면 가득 반복되는 웃음은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불안을 동시에 드러낸다. 붉은 피부톤, 과장된 표정, 동일한 인물의 반복은 집단주의 사회 속 개인의 정체성 상실을 상징하며, 웃음이 해방이 아닌 불안의 징후로 변질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색채는 선명하고 포화되어 있으나, 그 속에는 냉소와 고립이 숨어 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사회 비판적 발언이 억제되던 시기, 그는 풍자와 유머로 현실을 비트는 언어를 만들며 새로운 정치적 회화를 제시했다. 농촌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이후 베이징 예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급격한 도시화와 체제 변화 속에서 느낀 정체성의 혼란이 그의 작업 세계로 이어졌다.
최근 2023년 상하이 유즈 뮤지엄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고, 대표작 Execution은 2007년 소더비 런던 경매에서 약 490만 파운드(약 90억 원)에 낙찰되며 중국 현대미술의 세계적 위상을 입증했다.

아돌프 고틀리브 – 원초적 상징으로 표현한 인간의 내면
아돌프 고틀리브(Adolph Gottlieb, 1903~1974)는 추상표현주의 1세대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다. 그는 ‘버스트(Burst)’ 시리즈로 유명하며, 화면 중앙에 원형과 불규칙한 붉은 점, 수직적 붓질이 어우러진 구조를 통해 감정과 무의식의 폭발적 순간을 시각화했다. 색채는 단순하지만 긴장감이 강하고, 선과 형태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붉은 원은 태양, 피, 폭발을 연상시키며, 아래로 떨어지는 검은 덩어리는 무게감과 불안을 내포한다. 이러한 단순한 형태들은 인간 심리의 원초적 구조를 드러내는 언어로 작용한다.
그는 뉴욕에서 독일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의 충격이 무의식과 감정의 추상화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상징적 도상 회화를 시도하다가, 1950년대 이후 형식과 색의 긴장에 몰두했다.
최근 그의 ‘Burst’ 연작이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320만 달러에 낙찰되었고, MoMA·휘트니미술관 등 주요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유영국 – 한국적 산수정신으로 완성한 추상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은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로, 산과 자연의 구조를 기하학적 형태와 강렬한 색면으로 재해석한 작가다. 그의 작품은 삼각형과 직선이 교차하며, 산의 견고함과 자연의 에너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화면은 붉은색, 남색, 회색 등의 대비로 구성되며,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정신성을 동시에 탐구한다. “산은 나의 고향이자 마음의 형태”라는 그의 말처럼, 작품은 정서적 고향으로서의 자연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일본 유학 중 서양미술의 자유로운 표현에 매료되었고, 귀국 후 전통 동양정신을 결합해 한국적 추상의 독립 언어를 구축했다. 전쟁과 산업화를 겪으며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회복의 염원이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최근 2022년 국제갤러리 개인전에서 후기 작품들이 전시되었으며, 그의 1970년대 대형 캔버스는 2023년 서울옥션에서 7억 원에 낙찰되며 국내 시장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 일상 속 아이러니와 제도 비판의 건축적 설치
덴마크의 미카엘 엘름그린(Michael Elmgreen, 1961~ )과 노르웨이의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 1969~ )으로 구성된 듀오로, 사회적 제도·공공공간·정체성의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해체하는 설치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작 Prada Marfa(2005)는 텍사스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프라다 매장’으로, 소비주의와 자본주의 욕망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낸다. 또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Powerless Structures, Fig.101(2012)은 전통적 영웅 기념비 대신 말을 탄 소년을 세워 권력의 상징을 전복했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 코펜하겐에서 처음 협업을 시작했으며, 퀴어 정체성과 사회 제도의 모순을 탐구해왔다. 그들의 작품은 미술관을 현실로, 현실을 미술로 전환하는 공간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2024년 하우저앤워스 런던에서 개인전 *Useless Bodies?*를 열었고, 주요 작품들이 테이트 모던·구겐하임·루이지 피치올리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팸 에벨린 – 감정의 층위를 쌓아 올린 물질적 회화
팸 에벨린(Pamela J. Evelyn, 1989~ )은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회화 작가로, 층층이 쌓인 물감의 물리적 흔적과 감정의 리듬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두꺼운 색채층, 긁힘, 번짐 등 물질적 제스처가 화면 전체를 채우며, 시간의 흐름과 심리의 변화를 암시한다. 붓질과 긁힘이 반복되며 표면은 마치 풍경처럼 깊이감과 흔적을 드러낸다.
그녀는 개인적 경험과 감정을 ‘감각적 언어’로 번역하고자 하며, 회화를 정신적 풍경으로 확장한다. 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인물화에서 추상으로 전환한 계기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언어가 회화 그 자체”라는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최근 2024년 페이스 갤러리 런던 개인전 Rhythms Between Silence에서 신작을 발표했고, 뉴욕 아트페어 ‘Frieze New York’에서 주요 갤러리 컬렉터들의 주목을 받았다.

알라라 크바데 – 시간과 물질, 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조형 실험가

알라라 크바데(Alicja Kwade, 1979~ )는 폴란드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며, 시간·중력·가치 개념을 시각적 조형물로 실험하는 설치 작가다. 거울, 돌, 금속, 시계 등 일상 재료를 이용해 물리적 법칙과 철학적 질문을 결합한다. 대표작 ParaPivot(2019, 뉴욕 메트로폴리탄 옥상)은 대리석과 철구조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설치되어, 시간과 공간, 균형의 상대성을 드러낸다.
수학과 철학적 사유에 기반한 그녀의 작업은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의 구조는 실제와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동유럽 체제 전환기를 경험한 어린 시절이 ‘현실의 불확실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최근 2023년 하우저앤워스 뉴욕 개인전 Momentum을 개최했으며, 작품은 베를린 국립미술관, LACMA,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에 소장 중이다. 그녀는 현재 유럽 조형미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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