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인연들에게

💡 When you're young, you believe there will be many people you'll connect with. Later in life you realize it only happens a few times.

"아직 젊을 때, 당신은 살아가면서 인생에 많은 사람들과 깊이 연결될 일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삶이 흐른 후에는, 그런 일이 단지 몇 번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When you're young, you believe there will be many people you'll connect with. Later in life you realize it only happens a few times)."

<비포 선라이즈>(1996)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 두 배우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영화는 어린 두 남녀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야기를 다룬 뒤,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재회하고 결혼하는 이야기까지 시리즈로 이어진다. 두 배우는 시리즈 동안 계속 함께 등장하는데, 영화 속에서 두 배우에게 스며든 그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도 스무살 무렵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무척이나 설레면서 나의 청춘을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부터 어느덧 <비포 미드나잇>이라는, 두 남여의 중년 결혼생활을 나눈 이야기가 나왔고, 이제 두 사람은 쉰을 훌쩍 넘었다.

위의 대사는 <비포 선셋>에서 셀린느(줄리 델피)가 했던 말로 기억한다(개인적으로 의역을 조금 했다). 아직 어릴 때,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깊이 연결되고 여러 값진 관계들을 맺을 거라 믿는다. 그 믿음은 크게 틀린 건 아니지만, 실제로 깊이 영혼을 나누는 사람은 생각보다 소수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여러 집단 생활과 사회 생활을 거치며, 그때그때의 필요와 이익에 따라 우리를 거쳐가지만, 그 중에서 두고두고 남는 우리 '곁'의 사람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

아마 인간은 많은 사람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겠지만, 동시에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건 소수에 불과한 능력을 갖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남들보다 그리 많은 시간을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한정된 이들에게 써야 하며, 그로써 삶을 지어나가게 된다.

그러니 나의 마음을 깊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자각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마치 매일 어부가 물고기를 잡듯이, 그렇기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만, 우리는 한 평생 수많은 물고기들이 아닌 나의 청새치 한 마리를 낚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청새치를 낚으면, 꼭 껴안고 놓지 말고 그에게 나의 시간을 쏟아붓자. 나의 삶을 만드는 건, 그 사람이라는 형틀에 부은 나의 시간일 것이다.

일출과 일몰, 자정을 지난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쩌면 깊어가는 삶의 새벽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새벽을 지켜줄 몇몇 사람을 갖고 다시 삶의 나머지 시간을 견뎌낸다. 그러고 나면, 삶은 이제 한 바퀴를 모두 돌아있을 것이다. 그 한 바퀴를 함께 돌 몇몇 사람들을 붙잡는 것, 그것이 그저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