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

Celine Kang 2023. 8. 2. 10:14

 

살면서 후회되는 게 많지만 가장 큰 후회는 글을 쓰지 않은 것이다. 실은, 늘 뭔가를 쓰긴 했다. 카피를 썼고 기획서를 썼고 프레젠테이션 스크립트를 썼다. 블로그에 짧게나마 근래 느낀 단상들과 트렌드를 분석한 글을 쓰고 결이 맞는 업체와의 제휴 제안 내용을 담은 e메일을 쓰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릴 피드를 썼으며 IR 장표를 썼다. 나는 항상 뭔가를 부지런히 썼다. 하지만 당장의 필요나 시간의 압박이 있지 않은 경우는 쓰지 않았다. 내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고 그중 어떤 생각들은 그대로 받아 적으면 완성도 있는 문장이 될 만큼 숙성된 생각이었지만 글로 쓰지 않은 생각들은 얼마간 내 안에 머물다 그저 날아가 버렸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어느 유명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고. 나는 ‘괜찮은’ 생각들을 날려 버린 것에 대해 이제 와 강하게 후회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일 내게 침입하는 평가의 기준들과 싸우는 일이다. 자기 성찰 내지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통해 그저 그런 ‘보통의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를 통해 흘러가는 순간들을 잡는 것이다.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본능적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나 ‘They say’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이다. 

가끔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새삼 알아차린 게 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나도 사회적 동물이며 같이 놀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사회적 존재들은 다른 존재와 연결되지 않으면 외롭다는 것. 이때 글쓰기야말로 외로움을 다루는 매우 지혜로운 방법이다. 안쪽의 생각을 글로 써 꺼내 보였는데 좋다 해주는 이를 만나면 외롭고 불안했던 마음이 환해지는 거다.  글 쓰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고. 훗날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또 내 안의 생각들을 더 이상 가뭇없이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꼭꼭 글로 써야겠다. 외롭기 쉬운 순간, 당신도 무엇이든 써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