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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formation 시대에 경험을 판다는 것

Celine Kang 2022. 8. 22. 11:24

경험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경 험​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
 객관적 대상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 작용에 의하여 깨닫게 되는 내용​

 

경험이란 단어는 매우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다.

하지만 ‘체험과 경험은 뭐가 다른가요?’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한자를 잘 안다면, 체험은 몸으로 직접 행하는 것이고 경험도 같은 의미로 말할 수 있지만

(체험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감정까지를 더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경험을 정의할 때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감정’이다.

체험이 ‘해보았다’에서 머무른다면 경험은 ‘감정으로서 그 체험을 저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 기억으로 남는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겠다.

 

특히 시장에서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제공물’ 즉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게 되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것이 직접적인 것이든 간접적인 것이든.

 

시장에서 경험이라 함은 마케팅 경로에서(유통경로라고도 할 수 있다) 접하는 마케팅 믹스(상품, 가격, 유통, 프로모션)의 모든 접점에서 발생하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감정이자 긍정적 혹은 부정적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시장제공물(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하게 하는 기준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소비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긍정 혹은 부정적 인식은 비즈니스의 성패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구매한 상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맘에 들지 않아 환불하는 과정에서 불쾌함을 느꼈다면, 상품 검색과정에서 다른 이용자들의 안 좋은 경험을 읽었다면, 회사의 갑질 이슈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환경에 좋지 않은 제조공정이나 원자재를 이용했다면, 등등 이런 직간접 경험들은 소비자의 구매여정에 아주 큰 허들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비여력이 높아지는 나라일수록 경험은 중요하다.

제품의 본연 가치만으로 소비자의 욕망을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빈국이라고 해서 경험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여유가 없다면 경험보다는 당장 니즈를 해결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된다. 

 

욕망을 갖기에는 여유가 없다.

그래서 경제 부국일수록 경험 비즈니스가 발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경험 비즈니스가 매우 중요한 단계에 있는 국가가 되었다. 

 

경험이 중요해진 배경

앞서 간단하게 언급했지만 경험이 비즈니스 성패를 가르게 되는 시대적 요건들이 생겼다는 것인데 몇 가지 시대적 변화가 이를 가능케 했다. 

 

첫째, 소비자 권력시대로의 전환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과거 소수 생산자의 공장 권력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보다는 생산 용이성이나 원가절감 등으로 공급자 중심의 가치 제공을 했다면

빠른 산업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공급과잉은 시장에서 선택의 칼자루를 소비자가 쥐게 만들었다. 

 

특히 디지털 시대로 전환으로 그 경향은 더욱 공고하게 되었다.

생산자 중심의 시장 지배력은 유통 중심을 지나 소비자 중심으로 그 옷을 갈아입었다. 

 

오프라인이 유통의 중심에 있었던 시대를 지나 이커머스시대의 도래로 채널이 수없이 분화하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둘째, 소비자의 성격이 정보소비자에서 정보생산자로 바뀌었다.

생산자가 시장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정보의 독점 상태에 가까웠다.

 

소비자는 생산과정을 들여다보거나 상품이나 서비스의 원천 혹은 비용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의 독점시대는 철저히 부서졌다. 

 

완전정보시대라 불릴 만큼 정보의 확산과 공유가 가능해진 시대에 공급자만 정보를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소비자들은 정보 접근 권한이 무한대에 이르렀다. 

 

또한 소비자들이 시장제공물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디지털 세상에 뿌리면서부터

공급자들은 사실 패닉에 빠지게 된다.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 시장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금의 시대를 ‘ZMOT의 시대’라 칭했다.

과거에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몇 안 되는 고객접점에서만 소비자를 만났지만,

지금은 온오프라인의 거의 모든 접점에서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을 만나고 있다.

 

때문에 구매여정에서 MOT를 통제하기란 불가능인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Zero MOT(Moment of Truth: 결정적 순간)라 명명한 것이다.

 

과거 인류 5천년 분량의 데이터가 하루에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시장제공물(상품이나 서비스)을 제공하는 생산자들이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정보를 통제할 수 없으니

정보 주도권자에게 지속적으로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정보생산자들이 자의적으로 ‘좋은 경험’으로 공유하게 하는 방법뿐이다. 

 

셋째, 부가가치 창출 방법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70년 발표한 ‘미래쇼크’라는 책에서 “미래는 경험산업(Experiential industry)이 주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부가가치가 재화에서 경험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것을 읽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를 더욱 정교하게 정의한 이들이 있다.

조제프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는 199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Welcome to the experience economy’라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그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점차 균질화 됨에 따라 고유의 기능에다 이벤트를 추가해 연출함으로써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경험재’가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경험재가 가장 중요한 상품형태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물론 미국의 시각에서 이야기 한 것이기 때문에 당시에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현실화 되고 있었다.

 

재화에서 상품으로 상품에서 서비스로 서비스에서 경험으로 경험에서 변화로 경험경제가 진화할 것이라 했다.

 

당시 경험에 대한 정의만으로도 시장에 인사이트를 던졌지만 당시 아직 제대로 된 개념조차 없던 ‘Transformation’의 단계를 정의 내렸다. 

트렌스포메이션은 우리말로 하면 ‘이루고 싶은 열망’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좋은 경험을 파는 시대에서 개개인의 변화의 꿈까지 이루게 해주는 의미 있는 경험이 미래 시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정의한 것이다. 

이런 열망을 이뤄주는 서비스는 이미 시장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러한 변화를 더더욱 앞당겼다.

회사가 나를 보호해주던 시대가 끝이 났다는 것을 경험하였고 나다움을 만들고 나를 즐기는 삶에 대한 동경이 퍼졌다.

 

이런 열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시장제공물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 형태가 된 비즈니스 모델은 많지 않다. 

기업들이 연구하고 개발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권력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이동하고 정보소비자였던 소비자가 정보생산자의 역할을 하게 되고 부가가치 창출의 방법 재화에서 경험으로 진화하는 등 이런 다양한 배경 속에 경험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졌다. 

 

경험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의를 간단하게 해보았는데 경험은 이런 일반적인 의미로만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공급자 성격이나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경험의 정의는 매우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경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소비자의 니즈와 욕망, 바라는 바가 뚜렷하다고 해도 시장제공물이 그와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생산자의 판단으로 소비자의 경험을 정의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경험을 팔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