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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과 비디오의 홍수에서, 글쓰기와 Context의 중요성에 관하여

Celine Kang 2022. 8. 23. 17:03

 

 

 

 

긴 글의 장점은 맥락(context) 이다. 
인스타그램이나 숏폼처럼 한순간에 몇장의 이미지로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감정과 근거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이 용인된다. 
시청각 자료인 이미지와 영상이 주지 못하는 경험이다.

아무도 글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누군가는 글을 읽는다. 
리추얼도 ‘글’로 나의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영상이나 이미지보다 시선을 사로잡기 어려운 글이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를 지금까지는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카메라도 사진 실력도 필요 없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아티클을 읽고 알았다. 
글의 힘은 “맥락”에 있었다. 감정과 근거를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 수단이었다.



카카오의 텍스트 플랫폼 브런치는 네이버 블로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완성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일상을 기록하는 것’과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네이버 블로그를 위협하는 것은 블로그가 아닌 새로운 서비스다. 
대표적으로 노션과 같은 협업 툴이다. 
협업툴이 블로그의 아카이브 기능을 위협한다면, 뉴스레터는 블로그의 퍼스널 브랜딩 성격을 넘본다. 대표적으로 스티비다.

결국 정보의 생산자 입장에서 기록 툴은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을 찾아 읽는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질이다.


한동안 글은 “지식”의 영역이었다. 
지금은 춤과 말처럼 모두가 쓰는 영역이 되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이 자유로워진 시대, 그러면서도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 그러나 여전히 글은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면 글은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는 “맥락”을 허용하는 도구니까.

글은 아주 최근에 발명된 도구다. 누구나 ‘글’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은 100년 정도의 역사이다. 
그 전에는 소수만이 글을 썼고, 말과 춤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우리가 글 쓰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존중을 하는 것도 “글”이라는 게 모두가 누릴 수 없는 특권이었던 역사가 길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 제품 개발이 예전과는 다르게 복잡해지고 변화가 빠른 만큼 다양한 관점과 피드백이 포함된 문서 작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지식과 노하우를 남겨두지 않고 기술의 변화에 따라 개발만 하다 보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기 어렵고 다시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스트라이프도 아마존과 같이 글쓰기를 중요시하는 문화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스트라이프처럼 고도화된 금융 관련 기술을 다루는 곳일수록 문서화는 더더욱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글을 쓰고 문서화하는 것도 결국 리소스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것을 스트라이프는 내용이 채워져 있는 샘플을 준비하여 글쓰기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도 개발팀에 문서화를 권유하였지만 초반에는 정착되지 않았다. 
문서화를 하지 않는 팀원을 위해서 각 항목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베이스로 템플릿을 만들어놨더니 
이내 많은 동료들이 문서화를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타 부서에서도 벤치마크할 만큼 문서화에 자신 있는 개발팀이 되었고, 
문서 관리 툴 노션이 전사적으로 도입하게 되는 흐름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아마존의 글쓰기 문화(6-Page & PR/FAQ) 

조직 내에 글쓰기 문화가 가장 뿌리 깊게 박힌 기업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존일 것이다. 
2004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회사에서 파워포인트(슬라이드)를 추방한 이후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회의에서 '글'로 소통하는 것이 뿌리내렸다. 
아마존에서 사용하는 글쓰기의 대표적인 양식이 '6-페이저'와 'PR/FAQ’이다. 


1) 6-Page
6-페이저는 회의에 쓰이는 자료를 6페이지짜리 '줄글'로 쓰는 것을 말한다 
파워포인트'나 '글머리기호(bullet point)'식의 글처럼 핵심만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이 그대로 담긴 '내러티브'식으로 쓴다는 것이 특징이다. 


for example: 


글머리 기호식 : 
신시장 진출에 따른 위험요소
시장 선점 기업의 방어전략
기존 브랜드의 가치 하락

내러티브식 : 
새로운 시장에 진출에 따른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1위 기업이 공격적인 가격인하로 방어전략을 취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투입할 자원이 제한적인 우리 회사는 가격인하에 수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두번 째로 기존 브랜드를 새로운 시장에서 그대로 사용할 경우 브랜드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침투가 실패할 경우 기존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내러티브 식의 글을 6페이지나 작성한다고 한다. 

2) 18분 동안 낭독
어떻게 보면 너무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것 같은데 아마존에서는 심지어 이 글을 회의 전 발표자가 참석자들 전부 앞에서 읽는다고 한다. 
페이지 당 3분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감안하면 18분동안 내용을 읽기만 하는 것이다.
대신 회의 전에 미리 자료를 읽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또, 회의 참석자들도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훨씬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다고 하다. 

4페이지의 메모를 쓰는 것이 20페이지짜리 파워포인트를 구성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는 
좋은 메모의 내러티브 구조가 우리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를 더 잘 생각하고 이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글로 명확하게 표현될수록, 의도와 메시지도 명확해진다.   

3) 보도자료 같은 기획안 (PR/FAQ) 

PR/FAQ는 사내에서도 사용되는 기획안도 일반 대중에게 발표하는 언론 보도자료(Press Release)처럼 쓰고,
 거기에 예상질문까지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PR/FAQ의 예시) 이런 보도자료도 전형적으로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작성된 글이다. 
PR/FAQ는 '고객중심'에서 시작하는 아마존의 일하는 방식인 '워킹 백워드(순서파괴)'와 관련이 있다.
고객에서 시작해서 기획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내러티브'로 글을 쓸 줄 알아야 고객을 심도 높게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아마존은 내러티브 방식의 글을 선호하는 걸까요? 제프 베이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출처 : 순서파괴)

"4페이지의 메모를 쓰는 것이 20페이지짜리 파워포인트를 구성하는 것보다 어려운 이유는 
좋은 메모의 내러티브 구조가 우리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있는지'를 
더 잘 생각하고 이해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기사나 보도자료를 작성해보신 분이라면 '내러티브'식 글쓰기가 왜 강력한지를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기사를 쓰던 취재가 충분히 되고 전후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 글이 술술 써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읽는 사람도 궁금한 것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쓰면 읽는 사람도 한번 읽고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과정 자체가 사고를 명확하게 하고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좋은 글이란? 
앰브로즈 비어스라는 미국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Good writing is clear thinking made visible.”

"좋은 글은 '명확한 사고'를 눈에 보이도록 해주는 것이다"라고 번역해볼 수 있다. 
명확한 사고가 되어있다면 좋은 글이 나오고 반대로 글을 쓰다보면 명확한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뜻 정도?

쏟아지는 카톡과 이메일 속에서 사람들은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강조'해주는 것,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앞서 말한 내러티브 방식의 글쓰기가 사고의 복잡성을 키우고 종합적인 판단을 위한 글쓰기라 할 수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습관 

1. 독자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글을 먼저 보여줘라
2.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자신의 글을 다시 읽고 고쳐써라

 

 

 

문명이전에는 ‘말’이 생각이었고, 문명이후에는 ‘글’이 생각이 되었다.
건강한 인풋과 레퍼런스를 쌓아야 좋은 아웃풋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