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깜짝 놀랐다. 캔버스 위에 화려한 색채와 패턴이 가득했지만,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코끼리 배설물이었다. 이 파격적인 시도를 한 인물이 바로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다. 그는 단순히 충격적인 소재를 쓴 것이 아니라, 전통적 미술 재료의 한계를 넘어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새롭게 시각화한 예술가였다.

다문화적 뿌리와 성장 배경
크리스 오필리는 196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나이지리아계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수학하며 서구 미술 교육을 받았지만, 아프리카 유산과 블랙 디아스포라 문화를 적극적으로 탐구했다. 그는 재즈, 힙합, 가스펠 음악, 아프리카 민속 미술에서 영감을 받으며 다문화적 감수성을 현대 미술에 결합했다.
가장 유명한 작품과 그 의미
〈The Holy Virgin Mary, 1996〉은 성모 마리아를 아프리카계 여성으로 묘사하고, 주변에 포르노 이미지와 코끼리 배설물 장식을 배치해 종교, 인종, 성(性) 담론을 동시에 폭발시킨 작품이다. 당시 뉴욕 전시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대미술의 자유와 검열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의 불씨가 됐다.
〈No Woman, No Cry, 1998〉는 밥 말리의 노래 제목을 빌려 흑인 여성의 눈물을 형상화했으며, 런던 테이트 브리튼 터너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이다. 인종차별과 억압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영혼을 기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프리카성과 현대성의 융합
오필리의 작업은 전통 아프리카 미술의 패턴과 색채, 종교적 상징을 현대적 추상과 결합한다. 그는 코끼리 배설물, 반짝이, 유화, 콜라주를 혼합해 재료 자체에 역사성과 정치성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서구 중심 미술사의 경계를 허물고, 블랙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예술과 논쟁, 그리고 유머
그의 작품은 종종 도발적이지만, 진지함 속에서도 재치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성모 마리아를 둘러싼 종교 논란도 단순한 모독이 아니라, 성스러움과 세속성, 인종과 젠더 문제를 예술로 질문한 것이었다. 오필리는 관객이 불편함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마주하길 바랐다.
오늘날의 크리스 오필리
2005년 이후 트리니다드토바고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여전히 활발하게 작업하며, 열대 풍경과 신화, 음악을 모티프로 한 새로운 회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코끼리 배설물로 시작된 그의 파격은 이제 현대미술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고, 다문화성과 탈식민주의 담론 속에서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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