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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스 피셔: 녹아내리는 조각으로 시간과 유머를 새긴 예술가

Celine Kang 2025. 8. 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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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의 현대미술가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전시장을 찾으면 관람객은 종종 당황한다. 거대한 밀랍 조각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한때 웅장했던 형상이 촛불처럼 사라져 가는 장면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장난스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시간, 소멸, 변화 같은 무거운 주제를 유머와 실험 정신 속에 녹여내며 현대 조각의 경계를 확장시켰다.


성장 배경과 예술가로서의 길

우르스 피셔는 1973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정식 미술학교 교육을 받았으나 스스로의 실험적 태도를 더욱 중시하며 전통적 조각 개념을 해체해 나갔다. 유럽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재료와 공간, 관람객의 반응까지 작품의 일부로 흡수하는 설치미술과 조각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과 그 의미

〈Untitled (Candle Sculptures)〉 시리즈는 인간 형상이나 건축물을 밀랍으로 제작하고 실제 불을 붙여 조각이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녹아내리게 만든다. 이는 시간과 소멸,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드라마틱하게 시각화한다.

〈Problem Painting〉 시리즈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인물 사진을 콜라주처럼 겹쳐 놓아 디지털 시대의 시각 정보 과잉과 정체성의 혼란을 재치 있게 드러낸다.


조각의 경계를 허문 실험성

우르스 피셔는 대리석, 청동 같은 전통 재료부터 밀랍, 과일, 빵처럼 쉽게 사라지는 일상적 재료까지 활용한다. 그는 예술 작품을 영구히 보존되는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사라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 점에서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유머와 철학의 공존

피셔의 전시에는 종종 거대한 사과 조각, 뒤틀린 의자, 녹아내리는 인체처럼 기괴하지만 유머러스한 형상들이 등장한다. 관람객은 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웃음 뒤에는 물질 세계의 무상함, 디지털 시대의 피상성, 예술 제도의 권위에 대한 비판이 숨어 있다. 그는 "완벽한 형태보다 변화와 우연이 더 흥미롭다"고 말하며 예술을 열린 과정으로 이해한다.


예술 철학과 영향

우르스 피셔의 작업은 전통 조각 개념을 해체하면서도, 미니멀리즘과 팝아트, 퍼포먼스 아트의 요소를 자유롭게 혼합한다. 그는 관람객이 작품이 변해 가는 시간을 함께 경험하도록 만들어, 예술을 단순한 시각적 감상이 아닌 시간적·감각적 체험으로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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