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보브(Carol Bove)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날카롭고 차가운 강철 조각들이 마치 무대 위 배우처럼 관람객 앞에 서 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금속 덩어리들은 구겨지고 뒤틀린 채 의외로 섬세하고 우아하다. 그녀의 작품은 미니멀리즘의 단순함을 품으면서도, 그 안에 여성적 감수성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성장 배경과 예술가로서의 길
캐롤 보브는 1971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했다. 뉴욕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1990년대 말부터 브루클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 조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재해석해 여성적 서사와 역사적 맥락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표작과 그 의미
〈Collage Sculptures〉 시리즈는 철판, 콘크리트, 드리프트우드(바닷물에 씻겨온 나무) 같은 재료를 결합해 조각이 단순한 형태를 넘어 시간성과 우연성을 품게 만든다. 버려진 오브제들이 새롭게 조합되면서 과거와 현재, 자연과 산업이 한 공간에 공존하게 된다.

〈Folded Steel Works〉 시리즈는 거대한 금속판을 마치 종이처럼 접고 구부려 강철의 물성을 뒤집는다. 차갑고 견고한 재료가 유연하고 감각적인 조형 언어로 바뀌면서, 관람객에게 강인함과 연약함이 공존하는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미니멀리즘을 재해석한 여성적 시선
보브의 작업은 표면적으로는 미니멀리즘의 단순성과 기하학적 언어를 계승하지만, 그 내부에는 시간의 흔적, 감각적 경험, 여성적 내러티브가 스며 있다. 과거 남성 중심의 미니멀리즘이 강조했던 ‘차가운 객관성’을 전복하고, 대신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우연성과 시간의 미학
캐롤 보브는 종종 오래된 조각, 아카이브 자료, 빈티지 가구 등을 작품에 끌어들이며 시간의 층위를 조형 언어로 전환한다.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 주변 환경 또한 조각의 일부로 작동해 관람객이 조각과 함께 시간을 ‘경험’하도록 만든다.
예술 철학과 영향
그녀는 조각을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시간, 공간, 역사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유기체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녀의 전시는 늘 과거 미술사와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현장이 되며, 미니멀리즘 이후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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