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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에 대한 안티테제 등장, 정반합(正反合)의 과정

Celine Kang 2022. 6. 18. 14:34

정반합은 철학용어로, 헤겔의 변증법을 도식화한 논리의 전개 방식 중 하나이다. 
기본적인 구도는 정(테제)가 그것과 반대되는 반(안티테제)와의 갈등을 통해 정과 반이 모두 배재되고 합(진테제)로 초월한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철학적 관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일련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시각이며, 다른 하나는 특정 방향을 향해 직선적으로 나아간다고 파악하는 시각이다. 불교의 윤회설은 전자에 가장 가까우며, 서양의 기독교적 역사관의 후자의 대표주자이다. 헤겔의 역사관 또한 합(合)이 언제나 이전의 합(合)과는 다르며, 전보다 발전적이며 성숙한 모습을 갖는다고 해석함으로서 후자의 시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변증법적 순환을 통해 도출된 합은 앞선 정과 반의 치열한 갈등 속에서 등장하는 일종의 'solution'인 셈이다. 

 

불과 몇 년, 몇 월 전만해도 소셜 언급량이 가장 많았던 키워드들이 자취를 쏙 감추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는 본디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기에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소멸하는 현상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이전의 핵심 키워드들과 트렌드를 반(反)하게 꼬집으면서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나 서비스이다.

 

청년들의 삶의 방식을 놓고 YOLO의 안티테제로 '갓(God)생'이라는 말이 유행중이다. 그 사이에 파이어족도 잠깐 등장했으나, 호황 장세의 부산물이라 예외적 현상이라 생각한다. 이전의 청년들은 김제동에게 위로를 받았다면 요즘은 서장훈식 팩폭을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여긴다.

솔직히 욜로든 갓생이든 열심히 살 사람은 신경 끄고 묵묵히 열심히 산다. 다만 SNS를 지배했던 "소비가 Flex였던" 메타가 "자기계발이 Flex"라 여기는 문화로 바뀐다는 지점은 크게 주목할 법하다고 생각한다.

욜로나 갓생이나 말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청년들이 회피성이 짙은 욜로에서 벗어나 갓생으로 회개하게 된 이유가 뭘까?

 

이에 생각해본 몇 가지 가설이다.

  1. 높아진 근로소득으로 인해 시간이 금전으로 치환되는 계수가 커져 생기는 여유 때문이다.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지만 근로소득 또한 이전보다는 높아져 원래는 1일 벌고 2일 살 수 있었다면 이제 3일은 살 수 있게 되면서 갓생을 사는 것에 청년들이 효용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직의 주기가 짧아지며 갓생을 사는게 본인 생애 가치의 금리를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길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일수도 있겠다.
  2. 시장 호황 코로나는 호황장으로 현금을 마구 쓰는 YOLO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일회성적인 소비를 통한 당장의 즐거움보다는 나를 가꾸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소속감과 자기효능감은 장기적으로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요즘 세대의 성향을 잘 반영하는 듯하다. 
  3. '자랑'할 만한 내 모습. 본인의 SNS에 백화점에 가서 명품백을 flex하는 것을 자랑함을 통해 본인의 높은 시장가치와 생산력을 뽐낼 수 있었지만, 매번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쩌다 무리해서 한 번 업로드 할 수 있는 이벤트성인 포스트보다는 리추얼하게 매일 발전하고 있는 듯한 나의 모습을 자랑함으로서 주변인들에게 계획적이고 생산성있게 사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깊게 심어줄 수 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YOLO에서 갓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삶의 방식에 더 나은 것이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회피하지 않고 그래도 해내보려는 정신이 지배적인 세상이 더 건강한 세상 아니겠는가

뭔가 미쿡의 히피문화 이후 등장한 여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묘하다.